서울프린지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블로그
공지사항
F+ 놀이터 프로젝트 5탄, 시청자 소감.
작성일 2008.07.07 / 작성자 서울프린지
 

장마라더니 오늘은 잠깐 멈춰주려나. 비도ㆍ 해도 적당한 오후ㆍ 신발을 구겨신고 슬슬 그곳을 향했다.


좀더 좀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요즈음인데ㆍ 그 자극은 어째서 채울수록 더 높은 욕망을 내비치는지 이맘때쯤이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내 안의 자극과 비릿한 욕망에 내가 죽을 지경이다. 들끓는 심장에 머리가 부글거림을 여름 때문이라 달래기엔 이젠 더 이상 순수하지도 않은 나를 위하여 주춤주춤 F+의 문을 열었다.


‘시’는 너무 어려워서 평소에도 피하는 장르인데ㆍ 그것을 ‘마임’으로 표현한다니 헉하고 맹했다. 그럼에도 F+를 찾은 건 ‘나를 뒤돌아보는 오후’를 만들어준다는 솔깃한 제안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어려웠다.


스크린에 쓰인 시를 아무리 읽어도 난 그저 허공만 헤맬 뿐ㆍ 찬 바닥에 주저앉아 한 번 더 읽으면 될꺼라는 오기가 발동할 즈음 배우 하나가 슬며시 등장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는 모습의 마임이스트. 그 지긋한 일상이 그렇게 곱게 보일 수 있다니. 아ㆍ 이런 마음이 정화의 시작인가 싶어 기분이 우쭐해졌다. 어디선가 새가 나르고 방울소리도 들린다. 조용하게 울려오는 그 예쁜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눈가에 김기림씨의 시가 스쳐온다. 어머니의 상여ㆍ 그 방울소리였구나…. 깨달음에 눈가가 따끔거려온다.

어느새 난 눈과 귀에 보이고 들리는 그것만 아는 바보가 되어버렸구나. 속사정은 생각하지도 않는ㆍ 내 과거는 기억할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 있었구나싶어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미소를 띠고ㆍ 나비를 쫒고ㆍ 방울소리에 헤매는 마임이스트를 따라 나도 그렇게 과거를 헤집고 기억을 더듬어 내 선한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나 선한 기억을 아무리 찾아도 난 이미 귓전의 방울소리만 익숙한 사람이 되어서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지던 그 긴 언덕길은 떠올릴 수 없었다. 돌보아주지 못했던 내 기억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이 흘렀다.


짧은 시간은 금새 지나가버렸다. 그러나 귀가 맹맹하게 울리는 방울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기억하고 또 추억하련다. 내 지금을ㆍ 잊혀졌던 어제를ㆍ 황홀할 내일을. 자극과 욕망의 탑으로 인한 현실의 허탈함이 엄습해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방울소리를 울려가며ㆍ 그렇게 살아야겠다.


옛 기억의 뚜렷함은 결국 찾지 못했지만 앞을 위해 지금을 기억으로 남길 줄 아는 사람됨을 배웠으니ㆍ 난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개인정보 이용내역
창닫기

뉴스레터 수신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 안내 (필수)

1. 개인정보 수집 항목 : 이메일 주소

2. 수집 및 이용 목적 : 뉴스레터 발송

3. 보유 및 이용기간 : 수신거부 시까지

※ 동의 경우에만 뉴스레터 수신이 가능

로그인
창닫기
※ 글 작성을 위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