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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뷰] 언어철학과 존재론 입문 워크숍 7회 후기 작성자 seoulfringe 작성일 2011-12-09
부제 : 내 자신과 소통하기

일시 : 2011.12.6 (화)

장소 : 프린지 마루


  되돌아봅니다. 이 워크숍 부제이기도 하였던 제목을요.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유행가 가사 같은 제목을 따라 언어철학으로 재미있게 접근해 보고자 했던 <너와 나의 존재론.>
배움과 아리송함ㆍ 고민과 깨달음이 두루 섞인 지난 시간들에 매듭짓는 주제는
<내 자신과 소통하기 : 타인과 대화하고 말 걸기는 가능한 것인가?>이었습니다.
워크숍에서 유령처럼 떠다니던 답을 먼저 답해보자면 <가능하지 않다.>가 바로 튀어나옵니다.
이 워크숍은 소통을 잘 하는 방법이 아니라 소통이 어려운 이유를 더 많이 접했기 때문이죠.
소통을 방해하는 원인들은 외부와 내부에 그득하였습니다. 내가 속한 사회가 자아낸 요소들ㆍ 환경이나 언어ㆍ 계층과 같은 것들은 물론이요
내 감정과 사고 또한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었습니다. 워크숍은 큰 범주와 존재론ㆍ 외부를 지나 점점 내부ㆍ 내 마음으로 좁혀서
최종 진단을 하였습니다. 바로 마지막 워크숍 주제이기도 한 <내 자신과 소통하기>에 다다른 것입니다.
 

함께 공부한 텍스트에서 우리는 셰익스피어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ㆍ 그리고 자크 데리다가 쓴 <그라마톨로지 -
우리말로 번역하면 글쓰기란 뜻이라네요.>를 통해 이를 파악해 보았습니다.
먼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말한 그 유명한 말을 기억하시나요?

 

줄리엣 : 몬테규란 그대 이름은 당신의 손도ㆍ 다리도ㆍ 팔도ㆍ 얼굴도 아니에요. ...장미를 무슨 이름으로 부르더라도ㆍ
똑같은 향기를 풍깁니다. ...그러니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대 이름은 버리고 대신 제 모든 것을 가지세요.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가문>을 버리고ㆍ 자신에게 오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가문은 그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고 하네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로막은 벽은 다름 아닌 가문을 상징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전 시간에 배운 <순수재현>과 연관 지어 생각했습니다. 순수재현을 위해 다양한 소음을 제거해야 대상을
제대로 볼 수 있듯이ㆍ 이번 시간에서는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의 제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고유명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임의적으로 갖다 붙인 용어이죠.
선생님은 고유명사는 많은 여지를 가로막고 있어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게 하지 못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ㆍ 호주에 간 선교사들이 처음 본 동물을 보고 원주민에게 이름을 물어서 듣게 된 단어가 동물이름인 줄 알고 붙여진 이름이 있죠.
<캥거루>가 정말 그 동물을 정확히 표현한 단어였을까요? 캥거루는 원주민 말로 <모른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괜스레 긴장하게 만든 철학자 자크 데리다 (페이지도 만만치 않은 저작들 덕분에...)는 1967년 <그라마톨로지>ㆍ<글쓰기와 차이>ㆍ
<목소리와 현상학>라는 글을 발표했는데ㆍ 공통 주제는 <글쓰기는 소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의미한 것이다.>라고 합니다.
또 다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막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낙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철학자들이 불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일러주셨거든요. 잠시 하이데거부터 살펴보면 그의 저서 <숲길>에서는
<숲길과 같이 길인지 아닌지 애매한 길 중 어느 한 곳을 향해 가며ㆍ 틀린 길은 없다.>는 개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ㆍ 내가 느끼며 걷는 길ㆍ 숲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인지하였을 때 그 곳이 길이 된다는ㆍ <현존재>를 알려주셨습니다.
니체의 <초인>과 같이 <좋은 인간>의 조건으로ㆍ 현존재란 그 순간에 자연의 모든 것과 관계하는 것으로ㆍ
열반의 상태에 다다른 것이라 하는데...득도의 수준이군요. 

자크 데리다는 <해체>와 <차연>을 이야기합니다. <해체>를 통해 정확한 본질을 찾아내는 것ㆍ
그리고 차이나 지연이란 의미가 섞인 데리다가 만들어낸 <차연>에서는 사방에 흩어져있으나 연기나 유령과 같이
잘 인지하지 못 하는 것 두 가지를 파악하려 했습니다. 저는 이걸 어떻게 쉽게 생각하나 고민했는데 <해체>는 보물찾기ㆍ
<차연>은 기체조를 떠올렸습니다. 가장 소중한 하나를 발견하는 것과 나를 아우르는 모든 기운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말 같은데ㆍ
이 철학자는 이를 동시에 행해야 한다고 하니 정말 제대로 된 소통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시간에 배운 <있음과 없음>이 동시에 있어야 하면서 조화를 이뤄야 하듯 알맹이와 전체를 이해하고 있어야
우리는 조금이나마 잘 흐르는 소통을 해낼 수 있는 것임을ㆍ 선생님이 워크숍을 통해 말씀하시고자 했던 것이 엮여져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소개한 책은 인도 철학자 크리슈나뮤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크리슈나뮤르티는 나의 앎을 기준삼지 않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앎이 지나치거나 모자란 것은 결국 거만함과 냉소를 자아낸다고 합니다. 또한 내 자신과 소통하는 것을 가로막기도 하죠. 이 철학자는 다른 책에서 이런 말을 썼다고 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고ㆍ 네 자신을 변화시켜라.>

 

소통은 <관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 관계형성에 있어 내 자신이 어떠한 상태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지 분명히
깨닫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외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내부ㆍ 내 자신의 노력부터 시작됩니다.
이 말을 듣다가 문득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양치기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먼 여정을 떠났는데ㆍ
정작 보물은 자기 집 마당에 묻혀 있었다는 그 유명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소통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소통은 애초부터 자기 자신을 향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쓴 텍스트 마지막에 적힌 문장에 딱 나와 있네요.

 

<자기와 화해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소통은 시작된다.>

 

소크라테스가 왜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는지ㆍ 그리고 최신 철학의 화두가 왜 <소통>이 되었는지 의아했는데
사실 <소통>에 대한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것입니다. 빗장이 열리는 기분과 동시에 거대한 산이 눈앞에 놓인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하나 알았는데 겨우 시작점 하나를 알게 된 셈이죠. 선생님은 이 워크숍이 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공부하고 이해하며ㆍ 진정한 소통을 실천하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소개해 주신 기본 개념들과 책들을 읽고 공부하여 발돋움하는 것은 이제 참여자ㆍ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시간인 지라 각자 준비해 온 간식을 맛있게 먹으며 워크숍을 마무리했습니다.
매주ㆍ 7회에 걸쳐 지낸 시간을 돌이켜보니 이제 겨우 <소통>에 눈뜬 갓난아기 같은 심정이 들었지만
그 무궁무진한 세계에서 모든 것과 관계하는 <나>를 잃지 않되ㆍ 무조건 <내 자신>을 소통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삶을 이뤄나가고자 노력한다면ㆍ 아주 조금이나마 <막힘>보다는 <흐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통은 어떤 기술이나 능력이 아니라ㆍ 올바른 삶의 지향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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