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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통신

제목 [345호] 프린지의 러브레터 3탄 - 당신에게 그 빛들을 보냅니다 작성자 seoulfringe 작성일 2016-03-28

 

 

 

 

눈이 많이 오는 날 편지를 씁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린지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아라고 합니다.

'노아’ 라는 이름은 누군가 제게 움켜쥐고 있던 무언가를 ‘놓아’ 라고 한 말을 제가 잘못 들은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집스럽고 생각이 많은 저를 지켜보면서 제가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던 사람이 제게 전한 그 말이 저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 일을 시작한 후부터 제 두 번째 이름이 되었습니다. 놓으라는 말은 이제 그만 잊으라거나 포기하라는 말과는 결이 조금 다를 수 있지요. 제게는 어떤 목적이나 목표로서, 성취할 대상으로서 삶을 바라보는 자리를 떠나 예상 불가한 지금의 삶을 뜻대로 살아보고 느껴보라는 뜻으로도 들렸습니다. 괜찮으니 손 펴봐. 만져봐. 그런 뜻이었을까요. 저는 천천히 손을 폈고, 제 손 안에 갇혀 있던 것들이 숨을 쉬는 것을 보았습니다.

 

프린지에서 일을 시작한 지도 이제 한 해가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프린지에서 만난 누군가가 프린지에서의 1년은 다른 일터에서의 3년과 같다고 했던 말이 이제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축제와 워크숍, 수많은 프로그램들과 기획회의, 공간과 사람들을 방문하고 대화하면서, 너무나 다른 삶의 결을 가진 사람들과 수백 가지 결을 가진 장소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 대화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제 자신이 많이 변화해가는 걸 느꼈습니다.

 

 

 

 

 

 

 

 

 

현재 프린지가 입주해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민간단체와 시민들에게 개방해 공공기관의 대안적 활용방법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고민했던 ‘상암포럼-서울월드컵경기장 시민참여활성화프로그램2015’이 작년 한 해 제가 맡았던 주요한 일이었어요. 약 3년 동안 공공기관과 민간단체의 협업(민/관 거버넌스)으로 태어난 프로젝트이기도 했기 때문에 여러 모로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위에서 사진으로 보셨다시피, ‘상암포럼’ 안에는 영화제, 포럼, 독립예술축제, 레지던시, 시민공모사업 등 10개 이상의 프로그램들이 속해 있었어요. 그 모든 프로그램들을 진행한 이후에 한 해를 뒤돌아보니, 제가 결코 전과는 같은 사람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삶과 예술이라는 긴 축제의 현장을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제가 노아, 라는 말을 듣고 아주 가까스로, 천천히 손을 편 이후의 감정과 비슷합니다. 전에는 몰랐던 삶들과 색깔과 소리와 냄새와 감정들이 펼쳐둔 제 맨손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랄까요. 그것들이 지나가고 난 뒤에 제 손에는 하나의 교훈으로 환원되지 않는 수천 가지 오로라가 남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래, 이렇게 비틀거리며, 빛나고 있구나.

 

당신에게 그 빛들을 보냅니다.

 

행여나 건네받지 못하셨다면,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프로젝트들(과 수천 가지 오로라들)이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올해로 19주년을 맞이하는 프린지페스티벌 외에도 노들섬, 석유비축기지 등 많은 프로젝트들이 있으니 기대해주시고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프린지 러브레터의 세 번째 주자로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잘 전달했는지 모르겠네요.

더 긴 문장 대신 활짝 펼친 제 두 손과 그 안의 오로라를 보냅니다.

부디 건강하여 언젠가 만나게 되기를.

 

_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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