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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통신

제목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0 프리뷰] 코로나 시대의 예술축제 : 직면하는 힘에 관하여 (上) 작성자 seoulfringe 작성일 2020-08-10
코로나 시대의 예술축제 : 직면하는 힘에 관하여 (上)

코로나19로 달라진 삶의 모습을 말하는 것마저 식상해진 8월이다. 의료와 보건의 차원을 넘어 모두의 생활양식에 영향을 끼친 코로나19는 각계 각층에 다양한 변화를 이끌었다. 예술계는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였다. 사람을 불러 모아야하는 공연이나 전시의 특성은 새로운 시대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보건당국이 정책적으로 예술계의 활동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요청’을 통해 2m거리유지 등 조항을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공문을 내렸다. 그 어느 업계에서도 찾기 어려웠던 선제적인 엄포였다. 많은 공연이 온라인 중계로 전환되었고, ‘무료 콘텐츠화’되었다. 중계 시스템을 갖출 자본과 티켓 수입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재원 조성이 힘든 예술가들에겐 기나긴 보릿고개의 연장이었다. 
이런 폭풍의 한 가운데였던 지난 5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자유참가 아티스트 참가신청을 시작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자유참가원칙 아래 23년째 이어오고 있는 독립예술축제다. 매년 연극, 음악, 무용, 시각, 전통, 다원예술 등 수많은 독립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고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기 위해 이 축제를 찾아왔다. 예술가나 작품에 대한 심사나 선정이 없는 만큼 동시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어떤 이슈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해가는지 살펴보기 가장 좋은 축제로 자리잡아왔다. 따라서 올해 축제 참가작의 경향을 살펴보는 것은 독립예술계의 동향을 살피는 동시에, 코로나19 시대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는 8월 13일부터 시작될 이 축제의 자유참가작품을 살펴보며, 2020년의 독립예술가들은 어떤 얘기를 그렇게 절실히 건네고 싶어하는지 읽어보려 한다.

팬데믹 시대의 연극 만들기
올 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웹진<연극in>에 실린 백상예술대상 참석 후기에서 이리 배우는 “안타깝게도 연극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장르이고, 제작 기간도 비교적 짧아서, 그렇기에 현재 한국사회의 쟁점에 가장 빨리 반응하고 발언해왔다”라고 적었다. 독립예술가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팬데믹 시대에 대해, 그리고 이 시대의 예술에 대해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창작집단 툭치다’, ‘here you are’ 의 세 연출이 모인 프로젝트팀 ‘123’은 <귀로나-20>라는 작품을 통해 팬데믹 시대의 연극 만들기에 대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들은 가상의 전염병-하지만 누가 봐도 코로나19의 은유인-상황 속에서  ‘관객과 배우가 대면하지 않고도 연극이 연극일 수 있는가?’, ‘그렇다면 연극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연극을 계속해야 하는가?’, ‘이 시대의 연극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아카이빙되어 상설 전시 형태로 진행되지만 작품의 장르를 굳이 ‘연극’으로 쓰는 것은 어떤 연극에 대한 정신일지도 모르겠다.
‘프로젝트 양적완화’ 역시 이 시대의 연극 만들기에 대한 보다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온갖 방역수칙들이 다 그저 ‘제스쳐’로만 보인다는 낙담과 그 제스쳐들이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가능성 사이에서 그들은 극장의 안내 방송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가져간다.
‘콜렉티브 뒹굴’은 본격적으로 이 시대에 연극이라는 것이 해롭다는 전제에서 작품을 시작한다. 예술가도, 그들을 찾는 관객도 일종의 바이러스와 같이 읽히는 분위기를 꼬집으며 그것을 좀비와  등치시켜 표현한다. 공공 공간이 문을 닫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과 자조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기획프로그램인 <올모스트 프린지 : 마이크로포럼>까지 연장되어 드러난다.
공간에 대한 갈망은 ‘박지수’의 <곳>에서도 드러난다. 극장이 문을 닫고 거리를 비롯한 공공공간은 마치 누군가의 사유재산처럼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공간을 모색하는 데에도 지쳐 시작했다는 이 작품은, 신체를 통한 감정의 자기표현을 즉흥적인 해프닝 형식으로 문화비축기지 곳곳에서 펼친다. 
시대를 넘어 제도와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팀도 있다. 팀 명부터 ‘혁명단’인 그들은 예술대학생들의 단체에서 만나 예술계 내의 일상화된 검열, 노동, 창작 환경 등에 대해 토론하는 창작집단이다. 이번 작품은 <K-레볼루션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짱돌, 죽창, 화염병 등을 관객과 함께 만들며 그들의 시선을 공유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막아온 관계에 대해서
코로나가 가로 막은 것은 단순히 극장과 갤러리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표정을 감추었고, 서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손을 맞잡을 수 없었다. 그것은 예술에 관한 이슈를 넘어 관계에 대한 일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시대에 따른 새로운 감각으로 관계에 대해 사유할 수 있을까? 프린지 예술가들은 이에 작품으로 답한다.
‘창작집단 모닥’은 인터뷰 과정에서 “코로나19 시대 이전엔 타인과의 거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필수적이어지자 오히려 우리 사이에 항상 거리가 있었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의 작품 <설왕설래>는 배우 사이의 기본 거리를 2m로 제한한 채,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상상해본다.
시각예술 콜렉티브 그룹인 ‘지지부진’은 <교집합 연산>이라는 제목의 설치미술로 관객들과 만난다. 바닥엔 거리두기를 상징하는 2m 반지름의 원 두 개가 겹친 교집합 다이어그램이 그려져 있고, 그 위로 작은 시소가 설치된다. 두 개인이라는 변수가 만나서 상호작용을 하고, 매번 다른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코로나19시대 속 관계에 대한 예술가들의 시선과 맞닿아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거.리.끼.다> 역시 그 거리감에 대한 작업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거리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연대하기를 고민하는 대신 우리에게 어떤 거리가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는 정반대의 방식이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스튜디오212’는 이러한 질문들에 고전으로 답하고자 시도한다. 그들은 페스트를 피해 시골로 도망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전 <데카메론>를 가져왔다. <인곡 : 종말앞에서>라는 작품은 각자의 종말을 앞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인간성에 대해 고민한다.

지워진 사람들, 혹은 드러난 상황들
재난은 항상 작고 약한 이들부터 침수시킨다. 코로나 역시 그러했다. 누군가 기술을 통한 새로운노동환경을 말하고 있을 때 콜센터에서, 물류창고에서, 위험에 노출 되어있던 이들은 지워져왔다. “Stay at Home”이라는 문장 속 Home은 모두에게 따뜻하지 못했다. 살 사람만 치료하는 것이 마치 효과적인 전략처럼 여겨지고, 문명이라는 가면으로 가려왔던 인종차별은 맨얼굴을 비추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독립예술가들은 이러한 지점들을 조금은 은유적으로, 사실은 아릿하도록 명징하게 보여준다.
미디어아트 퍼포먼스를 2년 째 선보이고 있는 ‘민수민정’은 코로나가 확산되던 시기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이던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한다. 동양인으로서 느낀 적대감은 환영에 대한 메시지가 되어 <어서오세요, 아름다운 나그네여>라는 작품이 된다. 
‘원미진’은 <하룻밤만>을 통해 가정 밖 청소년이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관객참여형 거리극으로 풀어낸다. 학교를 비롯한 공공에서의 교육과 돌봄이 축소되고 있는 지금,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 시대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작품은 보여준다.
‘개구쟁이창작놀이터’는 이 시대를 생태적인 시선으로 읽어낸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멈춰진 시간에 대해 말하는 가운데, 작가는 멈춤없이 달려오던 시기가 오히려 자연의 희생을 통해 지속되어온 것임을 드러낸다. 재활용품을 활용한 이 설치작업은 코로나19시대 속 성찰적인 태도를 통해 기존의 정크 아트보다 더 큰 의미를 품게 된다. 

→ 코로나 시대의 예술축제 : 직면하는 힘에 관하여(下)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 엠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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