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1. 활동소개 >

프린지통신

제목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0 프리뷰] 코로나 시대의 예술축제 : 직면하는 힘에 관하여 (下) 작성자 seoulfringe 작성일 2020-08-11
코로나 시대의 예술축제 : 직면하는 힘에 관하여 (下)


우리 생활 전반, 그리고 예술계에 큰 영향을 끼쳐온 코로나19의 시대 속 수많은 축제들이 안전을 이유로 축제 취소를 결정내렸다.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축제들은 줄줄이 취소되었고, 극장에서 만나왔던 작품들은 모니터 넘어 무대를 통해 들여다볼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비관에 빠져있던 지난 5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자유참가 아티스트 참가신청을 시작했다. 자유참가원칙 아래 23년째 이어오고 있는 독립예술축제로 매년 연극, 음악, 무용, 시각, 전통, 다원예술 등 수많은 독립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고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해온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팬데믹 시대 속에서도 예술가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올 해 참가신청은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시작하고 더 짧은 기간 진행되었다. 참가설명회나 공간 투어 프로그램은 모두 영상과 pdf파일 등으로 대체되었다. 참가 작품 수의 감소를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려 140개가 넘는 작품이 참가한 것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숫자였다. 이는 그만큼 작품을 선보일 자리가 절실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는 8월 13일부터 시작될 이 축제의 자유참가작품과 축제의 형태 및 과정을 들여다보며 독립예술가들이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예술 축제는 어떤 모양인지 그려보고자 한다.

작품을 보는 방식을 넘어 창작 방식에 까지-영상과 비대면, 혹은 거리두기를 위해
팬데믹 상황 속 예술계는 ‘비대면’이라는 방식을 꾸준히 요구 받아왔다. 그 과정에서 공연예술의 영상화와 온라인을 통한 배포는 지난 상반기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처음엔 지난 공연의 기록영상이 송출되는 형식으로, 나중엔 영상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스트리밍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영상 매체에 적응하며 새로운 문법의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예술가들은 다시 한 번 그 형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문법을 실험한다.
‘김규년’은 영상으로 쏘아진 영상을 보는 영상을 찍는다. 그의 전작이 미술에서 ‘관객’의 역할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었음을 상기하면, 영상을 통해 작품을 볼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에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뚜렷해진다. 영상과 실제가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영상을 통해 작품을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고찰한다.
‘삼인칭시점’은 영상예술과 무대예술 사이의 애매한 지점들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삼일로창고극장 등에서 무대예술의 영상 스트리밍 작업을 하며, 영상 예술과 무대 예술 사이의 문법적 차이와 그것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포착한 그들은 축제 현장에서-하지만 각자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너의 실험실’은 <관객없는 관객참여형 공연(Beyond Human)>을 통해 관객과 대면하지 않으면서 소통하는 실험에 도전한다. 빅데이터, AI, 프로젝션, 그리고 몸을 통해 이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그들은 기술을 통해 또 신체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상상해본다.
‘공재이’의 작품도 주목할만하다. 전자음악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공재이는 영상과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에서, 자신의 작품으로 하나의 ‘웹페이지’를 만들 예정이다. 
비대면 형식 뿐 아니라, 1인 관객을 위한 공연의 증가 역시 눈에 띄는 변화였다. 창작국악을 연주하는 ‘조선아’는 하늘을 보고 누워 휴식의 경험을 주는 <하늘다람쥐 쉼터>를 선보인다. ‘북극귤’은 1명의 관객이 팝업북을 읽으며 공연을 감상하는 작품을 펼친다. 관객의 읽는 속도에 맞춰 현장에서 배우의 연기가 팝업되는 공연이다. ‘프로젝트 그리고’는 작은 여행사 부스를 차려 1인 관객을 3.7차원으로 안내하는 공연을 펼친다. ‘극단 52Hz’는 문화비축기지의 탱크 옆 둘레길을 혼자 걸으며 감상하는 연극을 통해, 세상의 균열과 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온오프라인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며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8월 13일부터 23일까지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문화비축기지에서 펼친 뒤, 8월 24일부터는 온라인으로 축제 공간을 이동한다. 실내공간으로의 출입조차 쉽지 않은 지금, 단순히 모든 작품을 야외공간으로 이동시키는 대신 온라인 페스티벌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짧아진 축제 준비 기간과 줄어든 예산 속, 방역에 대한 매뉴얼과 조치로 일이 더 많아지는 와중에도 자유참가원칙 아래 독립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겠다는 플랫폼으로서의 의지일 것이다.
오프라인 페스티벌은 관객, 예술가, 자원활동가, 스태프에 이르는 전 구성원들의 문진과 행동수칙 지정부터 시작해 거리두기 객석제와 매 공연마다 이루어지는 소독·방역을 통해 안전한 축제로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형태가 바뀌는 과정에서 많은 예술가가 중도하차하고 일부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옮긴 만큼, 11일 가운데 목, 금, 토, 일요일은 자유참가작을 중심으로 한 축제가 진행되고 월, 화, 수요일엔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 해는 60팀의 예술가가 250여 회의 공연 및 전시를 진행하며, 매일 밤 하루 동안의 축제를 돌아보는 <프린지톡:리뷰나잇>,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다룬 <프린지 블랙리스트를 말하다 프리뷰 전시>, 오프라인 축제에서 온라인 축제로 전환되는 밤 <모여봐요 여름밤 프린지에>등 기획프로그램도 함께한다.
공연이 없는 월, 화, 수요일에는 참여예술가가 직접 주제를 제안해 이야기 나누는 소규모 포럼 <올모스트 프린지:마이크로포럼> 이 진행된다. ‘기후위기 시대 예술가의 존재론’부터 ‘예술가에게 검열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을 위해’와 같이 예술가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토론 혹은 토로와,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답게’같은 제목의 페미니즘 토크까지 다양한 범주의 주제를 다룬다. 또한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과 함께 하는 <독립예술집담회>는 올 해 10회를 맞아 프린지다운 게 무언지 그 정신에 대해 다룬다. 그 과정에서 문화비축기지가 프린지를 거절하고 다시 함께하기까지의 과정과 양방향 축제로의 형태 전환 과정에 대해 얘기 나눌 예정이다.
올해 특히 주목할 지점은 역시 온라인 페스티벌이다. 수많은 축제들이 온라인을 통해 어떻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프린지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성을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한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공연 스트리밍 대신 패키지를 제작해 판매하는 형태로, 그 안에 들어갈 굿즈들은 관객이 집에서도 축제에 몰입하는 감각을 주거나 프린지의 여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USB에 담겨 배포되는 공연 영상은 작은 롤플레잉 게임을 통해 접근하게 된다. <현실에서 관객이었던 내가 이세계에선 주인공?>이라는 게임 속 관객들은 자기 캐릭터의 이름과 모습을 정한 뒤 8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문화비축기지 안으로 입장하게 된다. 그 안에서 관객들은 공연공간에 들어가 공연영상을 감상하고, NPC로 구현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을 스스로 만들고 그 안에 몰입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축제성 그 자체일 것이다. 
프린지는 축제의 형식과 굿즈 뿐 아니라 영상 자체의 완성도 역시 놓치지 않는다. 이를 위해 공연예술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며 공연 전문 영상촬영을 다년간 진행해온 ‘플레이슈터’가 팔을 걷어붙였다. 

직면하는 힘에 대하여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참여예술가들의 작품으로, 또 축제의 형태로 코로나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막연히 시대를 불평하거나 위로한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대신, 계속 예술을 이어감으로써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자체에 대해 말하고, 팬데믹 시대의 예술 창작에 대해 말하고, 코로나19가 촉발시킨 매체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실험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떤 인간성을 생각하며 관계와 연대에 대해, 또 지워진 이들에 대해 노래한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으로 이름 붙여진 콜롬비아의 익명의 편지 프로젝트에서 ‘방황하는 소녀’라는 닉네임의 누군가는 “계속 나아가세요. 이것이 모두 끝났을 때, 당신은 높이 든 고개와 최고의 마음으로 집 밖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라는 문장을 남겼다. 우리는 모두 사상 초유의 전염병 사태 속에서 방황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나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넘어 23번째 축제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글 : 엠케이

댓글

댓글 등록
댓글쓰기

서울프린지 네트워크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동 가입방지를 위해서 보안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보이는 순서대로 숫자 및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