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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통신

제목 [프린지가 만난 예술가] (1) 전자시극단, 강신우 작성자 seoulfringe 작성일 2014-02-11

[프린지가 만난 예술가] (1) 전자시극단, 강신우

2014년 2월 10일 , 참석 : 강신우, 까리, 물비, 기록 : 까리

 

“사이비 독자는 잠수복을 갖춰 입고 유혈이 낭자한 내 문장들 사이를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유유히 지나가게 마련이거든.”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터뷰하는 내내 내가 느낀 강신우는 잠수복 따윈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세상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언어로 무언가를 명명하고 규정짓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인 것 같다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나를 괴롭혔다. 결국은 잠수복을 벗지 않고서는 그를 온전히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준비되었는가? 자신의 잠수복 따위는 벗어던지고 강신우를 만나러 가보자.

 


 

 

Q. 전자음악으로 시를 풀어가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이 두 가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악이라거나 시라거나 혹은 예술이라거나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시나 음악이나 모든 걸 아우르는 얘기일 수 있는데요, 음악에 대한 제 생각이 계속 바뀌어요. 저는 들리는 음악이 아니라 침묵하고 있는 무엇, 거기서 더 큰 울림을 받아요. 그런데 제가 받는 그것이 굉장히 음악 같아요. 침묵하고 있는 그것에 커다란 소리가 꽉 차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거든요. 들리는 음악과 전혀 다른 음악 같은 것을 느낄 수가 있고, 그것을 듣는 음악과 다른 소리로 들을 수가 있는데, 그게 저에게는 훨씬 더 음악 같아요. 시도 비슷한 경우예요. 제가 찾는 무언가가 출렁거리고 있고, 제게 다가오는데,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보이는 시 들리는 음악보다 더 시이고, 음악이었어요. 시, 음악 그리고 예술이란 것들 잘 모르지만 제가 받아들이는 부분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Q. 장르를 구분 짓기보다는 자유롭게 느껴지는 것을 표현한다는 건가요?

 

어느 정도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꼭 장르를 구분 짓지 않으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경험을 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지금 현실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나 소리 같은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이 음악이라는 것을 제가 알 수가 있어요. 귀로 듣기에는 침묵인데, 또 다른 귀로 듣기에는 음악이거든요. 느껴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물질적으로도 느껴지니까 마음으로 느낀다는 것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현실에서 들리는 음악은 아니지만 무언가 확실하게 와 닿고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Q. 그 느낌들을 다시 표현하는 것이 계속해서 하고 싶은 작업인가요?

 

네 어느 정도는 그래요. 꼭 다시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굳이 전자음악이 아니어도 돼요. 요즘은 그 방식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방식이 전자 음악이라 그렇게 했던 것이고 최근에는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

 

 

 

Q. 요즘은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시나요?

 

머릿속으로 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시간을 훔치려 하기도 하고, 가볍게 하는 것 중 하나는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시간을 떼어오는 것처럼 뭔가를 녹음해 보기도 해요. 근데 사실 특별히 무언가를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Q.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에너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어릴 적 경험들 같은 것들로부터 형성된 부정적인 에너지들을 고독, 열등감, 오만, 분노와 같은 에너지들로부터 뭔가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어릴 적에는 만화를 그린다든지, 대학에서는 영화를 만들려고 해보고, 계속해서 옮겨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때는 음악이 가장 잘 맞는다는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은 또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를 표현해야겠어! 하고 만드는 것은 아니고 살아가면서 어딘가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그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니까 또 무언가를 하게 되고 그 무언가가 작업이 되는 것 같아요.

 

 

 

Q.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작업 같은데, 그러한 욕구는 어디서 나오나요?

 

그게 아주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제가 잃어버린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생존하기 위해서 그 무언가를 떼어내어 버렸다는 것은 확실한데 제가 아무리 알아보려고 해도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저에게서 없어져 버린 것이 무엇인지 아무리 찾으려 해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봐도 모르겠어요. 꽁꽁 숨겨져 있어요. 기억도 뒤섞여 버리고 뭐가 맞는지조차 잘 모르겠고. 그 뭔가를 계속 찾으려고 하는 것 같고, 그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년시절에 잃어버린 것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 것이 작년 올해 그 정도예요. 무언가를 잃었다는 것은 조금 오래전부터 느꼈었는데 그 없어진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힌트는 이번에 느끼게 되었어요. 작업한 것들이 결국 제 삶에 돌아오기도 하고, 그 돌아온 것들로 살아가고. 그러면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작업하며 많은 것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Q. 음악을 따로 배우신 적이 있나요?

 

조금 배웠어요. 혼자 하다가 막히는 부분도 계속 생기고 해서. 그런데 제가 원하는 만큼 배우진 못하고 기본적인 것만 배웠어요.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다른 학교에서 조금 배웠는데 제가 바라던 게 아니었어요. 그 교과 과정과 제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 많이 차이가 났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클래식을 배우고 싶었어요. 전자시극단의 변조연습 같은 경우도 전혀 그런 것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클래식에서 받은 영향도 어느 정도 들어있어요. 헤비메탈 같은 음악에서 받을 수 있는 난폭함이나 강렬함 같은 것이 클래식에도 있어요. 더 원초적인 음악이라는 인상을 받고 더 꽂혔어요. 전자 음악은 혼자 하기에 제일 편리한 음악이었어요. 혼자서도 꽉꽉 차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었고.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침묵 속의 음악을 제가 얼마나 잘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심이 가 있어요. 그것에 조금 더 가까이 밀착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어요. 그것을 통해서 무언가가 나오게 된다면. 그것이 무엇일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요. 침묵 속의 무언가를 더 밀접하게 만나고 싶어요.

 

 
 

 

 

Q. 프린지에서의 공연은 어떠셨나요?

 

전자시극단으로 2012년, 2013년 두 번 참가했어요. 근데 그 두 가지 성격이 많이 달라요.공통점은 제가 시적으로 받아들인 어떤 순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에요.

2012년은 변조연습이고, 2013년은 영원한 자막의 극장이었어요. 변조 연습이라는 것은 들으면 음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고, 사운드작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것을 만들면서 음악이나 사운드 작업을 한다는 생각을 안하고 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프린지에 참가하기 전에 라이브 클럽에서 몇 번 공연을 했는데, 그 곳은 음악공연장이니 관객들은 실험 음악정도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음악보다는 시에 좀 더 가까운 것을 했던 거에요. 프린지는 음악 중심의 축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 공연이 음악이 아닌 것으로 읽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위기도 좋게 공연이 진행되었지만, 관객들이 그것을 음악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2013년의 영원한 자막의 극장도 제가 받았던 시적인 순간에서 출발했어요. 영화를 보러 갈 때 마다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축제 소개 글에 다 담진 못했는데 칼라였던 화면이 순간 흑백으로 변하는 그 순간이 굉장히 슬펐어요. 그 자막이 끝나면 자막조차 없는 텅 빈 스크린이 나올 테고 그 모든 게 끝날 것 같다는 느낌. 사람의 죽음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끝나는 순간이 자막이 올라감으로써 점점 예고가 되고 있잖아요. 그 순간의 느낌이 다가와서 시작한 것이에요.

 

 

 

Q.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안무와 조명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는데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힘든 게 없었던 게 모든 과정을 함께 하지는 않았어요. 각각의 영역이 확실하게 있었어요. 몇 번의 회의와 공연 전 리허설 정도였기 때문에 사실 많이 부딪히거나 한 게 없었어요. 그런 면에서는 힘들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게 얼마나 공동작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Q. 공연은 만족스러웠나요?

 

그 당시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다거나 하는 점은 없었어요. 제가 그분들 분야에 대해 잘 알고 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 간에 개입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즉흥적인 요소가 많이 있었는데, 다행히 분위기는 좋았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이 음악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Q. 그때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프린지 때만 놓고 본다면, 안무가와 제 작업, 두 개가 만나는 지점이 공연에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즉흥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음악을 쓴다는 느낌을 가지고 시를 쓰고, 그것을 다시 공연하기 위해서 다시 음악처럼 보이는 작업을 했어요. 시의 내용은 우주에 관한 것이었는데, 사실 그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시적인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는 과정이었어요. 제목인 변조연습에서 변조는 어떤 것을 다르게 표현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연습은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시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완성보다는 연습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Q. 앞으로도 협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네. 하고 싶어요. 뭔가를 한다면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요. 협업이라고는 하지만 제 것을 다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했던 것이라 그런 부분들이 아쉬웠거든요. 처음부터 공유를 하면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 하고 싶은 건 연극 연습을 해보고 싶어요. 잘 짜여진 완성도가 높은 그런 것이 아니라, 연습 같은 연극이요. 완성도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 때문에 희생되는 것들도 많은 것 같고, 그것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 같아서요.

 


 

 

Q.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요즘에는 아무도 안 좋아하는데, 예전에는 많이 있었죠. 음악 같은 경우는 현대 음악 만드는 미국의 작곡가들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영화감독들도 많았고, 그리스 영화를 좋아했어요. 과거에 많이 받아들였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나오는 것 같아요. 최근에 와서는 뭔가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약간 부담이 돼요. 보이는 것들, 들리는 것들, 나에게 들어오는 것들, 실재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저에게 들어오는 것에 지친 것 같아요.

다만 진짜로 오는 것들은 완전히 받아들이려고 해요. 쌓여있는 주변의 것들이 아닌, 디자인된 것들이 아닌 그 중심부를 받아들이려고 해요.

 

 

 

Q. 예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예술은 잘 모르겠고, 제가 하고 있는 작업들, 예전에 했던 작업들이 그렇듯이 공공의 성격을 띠는 것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나 한사람에게서 시작한 무언가 같아요. 그래서 예술이 무엇인지는 제가 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제가 느끼고 있는 침묵속의 소리 같은 것들을 발견한다던지, 제가 가다가 부딪히는 것들을 해결해야 한다든지, 제가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다시 알아내려고 애쓰는 그런 것들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예술인지는 모르겠어요.

 

 

 

Q. 마지막은 조금 생뚱맞은 질문입니다. 최근에 SNS를 시작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노력 같은 거에요. 저는 제 고집대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어요. 정말 제 불필요한 아집 같은 것이 확인된다면, 그것을 없애고 싶은 각오도 했어요. 스스로 확인해 나가는 과정 같기도 한데, 사실 이게 완벽한 수단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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