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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린지가 만난 공간] (4) 대안예술공간 이포 작성자 seoulfringe 작성일 2014-05-01
자기 작업만 하는 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죠그럴 이유도 없고
그러나 그들조차도 이 지역에 사는 동안은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습니다그런 것이 작업에 다 반영이 돼요
삶의 재료소리한 인간의 존재 조건삶의 기반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습니다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있어요
이것이 조금 더 발전되어 예술이 이 사회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무엇을 이야기할 지로 고민이 나아가고 있어요.



[프린지가 만난 공간] (4) 대안예술공간 이포

2014년 4월 25일, 참석 : 박지원, 박진형(까리), 박희수(물비),  기록 : 박희수(물비)

 


 

 

 

 

 



Q. 대안예술공간이포에서 가장 최근 진행된 전시 얘기부터 하고 싶습니다. ‘옥상민국’이라는 이름의 전시였지요?

옥상이라는 화두는 부산에서 올라온 이야기이에요. 옥상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옥상정치를 이야기 해 보자 하였죠.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옥상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문화예술과 미학, 정치비평 등, 다양한 연구 집필자들의 집필 활동을 책으로 엮자는 것이었고, 다른 한쪽으로는 다섯 곳의 광역도시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서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하게 전시를 열어보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시는, 각 지역 단위의 조건과 특성에 맞게 재량껏 기획을 해보자 하였습니다.

 


 

 

서울에서는 이포가, 옥상민국 "옥상끝에서 세상을 외치다"라는 제목으로 전시기획을 하였는데, 어느 도시보다 많은 36명의 작가가 참여하였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았나요?

 

 


 

 


 

 

작금의 미술계 안에서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었죠. 예술가가 "사회적 행위로서의 예술 행동"이라는 성격의 전시 형태로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예술이 시대의 문제, 시대의 아픔 함께하고자 했던 중요한 움직임이었다 생각합니다.

 

특히, [옥상민국] 같은 경우는 참여 작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기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참여한 이들의 어울림, 그들의 어울림 자체가 멋있었습니다. 특별히 정치 미술에 접근했던 적이 없었던 다양한 층위의, 장르의,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들이 옥상이라고 하는 하나의 주제에 포커스를 맞춰서 예술과 삶의 정치를 고민하게 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개개인의 작업도 작업이지만 개개인 작가의 작품이 서로 어울려서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 내었죠. 36명의 작가의 다른 색깔, 다른 목소리, 다른 생각, 다른 움직임들이 한 덩어리의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 내었구나 싶었습니다. 옥상민국이라는 공화국의 모습이 각자의 다른 생각들이 하나의 공통된 지점을 서로 확인하고 제3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가는 공통되기의 장을 마련하였다는 평가를 합니다. 작품끼리 서로 말을 건다거나, 새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나하나의 작품을 봐도 오롯이 살아있지만, 그 작품 옆에 누군가의 작품, 다른 생각들과 만났을 때, 전체의 울림이 새로운 작품, 새로운 공명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전시형태에서 볼 수 없는 전시였어요. 전시공간도 그렇지만 전시 DP도 마찬가지로 일개의 작품을 위한 전시 디스플레이가 아니었습니다. 영상, 사운드, 페인팅, 설치 함께 구성되어있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보통 전시에서는 이런 작품들을 전시하면, 자기 작품이 다른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하잖아요. 이어폰을 쓴다든지, 공간을 분리한다든지. 그런데 이번엔 분리하지 않고 열어 놨습니다. 작품들끼리 서로 말을 걸고, 새로운 이야기들, 새로운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옥상민국 "옥상 끝에서 세상을 외치다."314일 오픈식을 하였는데요, 그날 오픈식의 제목을 "건국파티"라 이름 하고 전시공간이 아닌 문래예술촌 문래 철공단지에 있는 옥상건물 (크로바금속) 4층에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행사장 건물 옥상은 물론 건너편의 여러 옥상에서 동시에 작가들의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양반김이라는 작가 팀의 빨래 퍼포먼스, 김보람의 즉흥 바디 페인팅 퍼포먼스, 유지환 강성국의 "X발 똑바로해" 박혜미의 "" , 김백호 선생의 "세모녀 마지막 편지글" 어느 옥상에서는 문래다방팀들이 옥상에서 노를 젓고 있었습니다.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다발로 펼쳐진 장관이었습니다. 건국파티에 어울리는 옥상민국인들의 한 판 축제였다 생각합니다.

 

 

 


 

 

Q. 작품끼리 영향을 주고받는 형태의 전시가 우리나라에서는 많지 않군요?

 

, 많지 않아요. 그런데 계획해서 만들어진 형태는 아닙니다. 만약 계획했다면 이런 현상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을 거에요. 작가의 반은 큐레이팅과 추천이 있었고요, 나머지 반은 문래예술촌의 거주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형태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전시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전시형태에 익숙해요. 화이트 박스에 익숙하고, 자기 작품이 도드라지게 조명을 설치하는 것에 익숙한데, 이포와 같은 거칠게 열려있는 전시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 당황스럽기까지 하였을 겁니다. 전시를 오픈하고 4주간의 전시 기간 동안 자기 작품이 세상과 만나는 활동을 스스로 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 전시 시간 동안도 작가의 작업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작가의 전시 마무리 인터뷰도 했는데요, 작품 활동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작가도 작품도 뭔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 활동에 정치라는 것이 들어갔을 때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있어요. 자신의 순수한 자기만의 특별한 무엇이어야만 하는 예술 활동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전시 참여를 통해 창작활동에 대한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각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술과 정치가 만났을 때, 예술이 늘 선정적이고 뜨거워야 한다는 오해와 편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로 정치와 예술이 만날 수 있고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에게 무엇일 수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순간들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대안예술공간 이포의 운영자에 대해 궁금합니다. 박지원 씨는 어떤 일을 하는 분인가요?

 

사진과 미디어아트를 하는 작가입니다. 원래는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사진과 영화작업을 했었고, 주로 집시, 소수민족, 재개발지역 등에서 사진영상 작업을 계속해오다가, 2005년 즈음 미술계를 만났죠. ‘Peace on the piece’라는 한국-베트남 평화교류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 부천 개수동이라는 철거지역에서, 일 년 정도 지역주민과 만나며 작업을 했어요. 기본이, 사진과 영상이다 보니, 기록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시대가 계속 변하고 발전하고 늘 사라져가고 하기 때문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 남겨야 한다는 의무 등등,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이 마음들이 미술하고 만나게 된 것 같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운영자의 예술관이 공간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예술관을 가지고 계신가요?

 

예술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겠죠? 스스로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작가의 삶, 바로 현실이거든요. 이것이 작품 속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예술이 이 시대에 살아있으려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지 않고 시대를 발언하고, 우리의 삶의 조건들과 만나는 일, 소통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작가들의 세계가 내적으로 깊다 보니 외적으로 통하는 것이 부족했어요.

물론 예술계 안의 다양한 층위의 예술 활동이나, 다른 창작 방법에 대해 그걸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은 삶에 대한 총체적 반영" 일 것이라는 것에 기본을 두고 있는 거죠. ‘예술과 현실이 서로 어떻게 만나, 삶의 어떤 새로운 차원을 열어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예술이 현실과 밀접하게 만날 때 가능한 일입니다.

 

 


 

 

Q. 인터뷰를 준비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다양한 많은 분이 다녀가셨어요. 전시가 없는 기간인데도. 특별한 용건이 있어서 오신 것이 아니라, 슥 보고 인사하고 가시고 하는 것이 동네 사랑방의 느낌입니다.

 

그런 걸 하고자 만들었어요. 동네 사랑방. 동네 사장님 와서 놀고 술 마시고 그러다가 전시가 있으면 만나고 그러지요. 작년 같은 경우 전시 활동이 활발할 때라서 매일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포가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예쁜 골목이 있고 그 골목에 흐르는 음악도 있고 전시도 자주 하고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공간보다 관람객들이 많아요. 여기는 1층에 전시 공간이 있고, 지하는 극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지금은 지하에 한 작가의 창작 레지던시가 있습니다.

 

 

Q. 공간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여기는 장소특정적인 공간 운영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삶에 밀접하게, 삶 안으로 들어와서 전시운영을 하고 작업 활동을 하죠.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니까요. 1세대 대안공간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의 진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의 필요성을 시대가 만들어 냈던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전시기획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여기는 지역(문래) 작가들한테는 기본적으로 무료입니다. 물론 공간 운영상 어려움으로 알아서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있는데 사실 공간 스스로는 밥벌이를 잘 못 하고 있어요. 대관을 하기도 합니다. 다만 대관 자체를 사업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실 홍보를 하기 이전에 자연스럽게 대관에 문의가 와요. 이포에 150명까지도 들어올 수 있거든요. 이외에는 전시 지원금 일부를 활용하거나, 제 개인적으로 운영해요.

 


Q. 이포에서 했던 전시 중, 철공소 사장님들 지역주민들과 함께 작업하는 형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 이포가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이야기부터, 어떻게 이렇게 문래라는 공간에 쑥 들어오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공통도시 예술프로젝트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작가로 참여하고, 기존 작가들이 같이 만나서, 과거에 있었던 삶의 증거들이 다양한 기록물로 전시되었습니다.

 


 

 


 

 

2008년 즈음, 문래에 먼저 들어와 있던 친구의 소개로 자리를 잡았어요. 그때 저는 작업실이 필요했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탐구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문래에 들어온 거죠.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재개발 지역인 것을 알고 들어왔어요. 어쨌건 개발이라는 것은 이윤을 좇기 마련이라 생각해요.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어쨌든 그런 위기의 공간이라는 걸 알고 들어왔고, 그래서 한 2년 운영하면서 공공예술프로젝트라든지 이런 작업을 해왔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문래에 대해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어요. 맨 처음엔 공적인 기록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당사자가 되었어요. 문래에 거주자 전입신고도 다 되어 있거든요. 스스로 위기의 공간 안의 당사자가 된 순간이 몇 년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냥 나의 삶을 기록하는 이야기가 되었죠. 이 기록들을 정리하는 전시를 올해 할 예정이에요.

 

원래는 여기가 아니라 옆 단지 58번지에서 2년을 살았어요. 2년을 살다가 계약이 만료되어서 공간을 옮겼는데, 2년 동안 지역에 익숙해지며, 여러 공간을 눈여겨보다가, 지금 이 자리로 이사 오게 되었어요. 원래 건물의 태생은 주택이었으나 7~8년 전에 주물공장으로 쓰였고, 이후 3~4년 창고로 방치되어 있던 이 공간이 저를 만나게 되었죠.

 

이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다큐멘타리 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사진에 대한 관심들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저의 작업은 늘 이웃들과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사실 다른 작가들이나 저도 마찬가지로 지내다 보면, 정말 이질적인 집단이거든요. 직업군으로 봐도 그렇고. 문래동 철강단지에 어울리기 힘들고 낯설고 서먹서먹한 이상한 이웃들이 대거 들어온 거예요. 처음에는 서로 눈을 째리고 서먹서먹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지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이질적인 것들이 만났을 때 제3의 새로 차원이 만들어지고는 하는데, 이를테면 공장전시와 같은 서로의 공간 나누기를 한다거나, 사장님이 참여 작가로 들어온다거나, 이렇게 이 공간 안에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만남 등, 새로운 창작활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사실 예술 활동뿐 만 아니라 좋은 이웃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어요. 아직도 그런 것에 익숙지 못한 작가들이 많아요. 자기 작업만 하는 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죠.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러나 그들조차도 이 지역에 사는 동안은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이 작업에 다 반영이 돼요. 삶의 재료, 소리, 한 인간의 존재 조건, 삶의 기반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 거 같아요.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있어요. 이것이 조금 더 발전되어 예술이 이 사회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할 지로 고민이 나아가고 있어요.

 

 

Q. 예술가-철공소 작업자의 이질적인 관계를 넘어서서,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나요?

 

친구가 된 거에요. 그게 친구죠. 친구가 되면, 다르더라도 다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마련되는 거에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뒤, 보이는 서로의 공통 된 지점으로부터 새로운 것들이 나와요. 과거의 곁눈질로 바라보다 시간이 지나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순간이 생겨요. 그럼 마음이 열리고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자연스럽게.

  

 

Q. 구체적인 계기는 없었나요? 밥을 한 끼 먹는다거나,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있어요. 이것도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 이런 게 있었어요. 예전 2~3년 전에 술시가 있었어요. 골목마다. 끝날 때쯤 되면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그룹별로 모여서 술 마시는 건데, 이렇게 같이 술 마시고, 한 달에 한 번씩 같이 산을 어울려서 다니고, 애경사를 같이 다니고, 사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있었어요. 예술로 접근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죠. 물리적인 시간이 해결해 준 것도 있지만 그런 자연스러운 친구 되기의 과정이 있었던 거 같네요. 어울리는 거죠.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술 한번 먹으면 이야기가 많이 풀어져요. 형님 되고, 동생 되고, 니가 예술가냐 나는 더 예술가다 하면서….  근데 사실은 예술은 근본이 노동이잖아요. 그런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이죠. 공통점을 확인하고, 그러면서 친밀감이 높아지고. 이렇게 친해지는 것 같아요.

 

 


 

 

Q. 처음에 이곳에 자리를 잡으셨을 때 지키고 싶었던, 기록하고 싶었던, 남기고 싶었던 문래의 공간성은 어떤 것이었나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 시대 문제의 현장에 가깝게 있다는 점이었어요. 개발이라는 건 늘 익숙하게 보아왔고, 우리가 보아온 대부분의 개발이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하는 방식이 아닌, 다 없애고 새로 하는 방식이었잖아요. 그런 위기의 공간에 대한 고민, 그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 삶의 이야기들, 이런 것들이 저의 작업의 큰 축이거든요.

또 여기는 기본적으로 공간 자체가 하나의 큰 공장이에요. 어떤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7개 혹은 그 이상의 절차를 거쳐야 해요. 그 중 어느 한 공장이라도 나가면 문제가 되죠. 그리고 그 안에서 이를 이루는 생활자들이 있어요. 식당부터, 다양한 가게 등. 이런 것들은 한두 해 만에 만들어지는 생태계가 아니에요. 그대로 이전도 안되죠. 이를 온전히 옮길 수 없어요. 이전은 곧 해체되는 것이에요. 이런 문래라는 공간에 생긴 빈 공간을 예술이 비집고 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저는 그런 것들에 주목하고 있는 거에요.

늘 철공소 형님, 동생분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즐거워요. 특별히 예술이 아니라 삶으로서. 사실 기본적으로 철이 주는 에너지가 저와 잘 맞아요. 그리고 재료가 풍부하다는 것. 모든 작가가 정신적인 거 든 물질적인 거 든 풍부한 재료를 자기 재료화해서 작품으로 담아내잖아요. 삶의 이야기를! 그런 것들이 저랑 잘 맞아요. 이웃들 만나고 지지고 볶고 싸우는 일들까지도…. 

 

 

Q. 앞으로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나요?

 

작년 마지막 전시가 주재환 선생님 전시였어요. 선생님을 모시고, 헌정 작가들이 참여해서 전시를 했었는데, 잘 맞았어요. 그렇듯 여기 이포라는 공간은 어느 작가와 만나느냐에 따라 확확 바뀌어요. 주무르는 것에 따라 바뀌죠. 올해도 그런 점에서 기대가 돼요.

더 재밌는 거는 5월에 있을 전시인데, 지역의 새댁들이 열다섯 분 정도 모여서 양말 인형을 만들어요. 참 예뻐요. 그 인형을 모아서 인형전을 하려고 해요. 이 공간에 인형을 가득 채운 다음 다 팔 생각입니다. ‘내가 전시를 어떻게 해?‘라는 생각을 깨고, 나아가 나의 작품을 판매까지도 하는 경험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하나하나 거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인형전이 또한 로컬을 기반으로 한 기획입니다. 이후에도 계속 관련된 작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조금 있으면 이 공간에서 나가야 해요. 집주인이 자기가 쓰겠다고 나가라고 해서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합니다. 계약은 올해 8월까지인데, 사실 올해까지는 버티고 살아 보려고요. 내용증명이라는 전시를 준비 중이에요. 문래에서의 경험과 기록에 대한 전시인데, 보다 더 분명하게 이포 공간 활동이 집중된 전시가 될 것 같아요. ‘내용증명이 끝나고 나면 정확한 색깔과 방향들이 드러나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활동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듣다 보니 이포 자체가 박지원 씨의 생생한 작품 같습니다. 문래동 54번지를 떠나서도 계속 이런 공간을 만들어 가실 건가요?

 

너무 힘들어서 조금 쉬고 싶기도 한데사실 당장 문래를 떠날 수는 없어요. 지금 이포처럼 좋은 공간은 만나기 힘들겠지만, 올해까지는 집주인과 협의해서 잘 버티고, 내년부터는 문래동 어딘가에 또 자리를 틀 거 같아요. 몇 개의 기획 집단이 같이 뭉쳐 한 공간에 들어가서, 협력과 협동을 통해 공간 운영의 부담을 서로 덜어 보고자 해요. 그때도 여전히 지금 이포와 같은 공간이고 싶어요. 지금 이포에 놀러 오는 사람들, 작가들이 다 어디 가진 않겠죠. 문래에 있을 때는. 여전히 전시 공간, 사랑방의 공간이고자 해요. 문래에 어디 좋은 데 없나 찾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대안예술공간 이포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하던 거 계속 열심히 하고, 이제 저도 정리되고 집중된 사업을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저도 지역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익숙한 것을 넘어서, 삶의 공간의 당사자로서 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하는 것이 다른 어떤 작업보다 진정성이 있는 작업이지 않을까 생각이 돼서, 개인 작업을 하고 싶어요.

사실 이포는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예술 행동을 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창작 공간을 생각하며 만들어졌는데, 지역 로컬을 위한 활동은 많이 해왔으니, 이제 예술 행동을 하고자 하는 작품활동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싶어요.

말도 안 되는 이 시대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 남한사회 서울 한복판의 문래동이 어떤 시대적인 발언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것도 너무 무겁지 않게, 재미있고 유쾌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너무 무겁고 어둡고 우울한데, 이번 옥상민국전시만 봐도, 신 나고 유쾌하고 시대를 이야기하는 일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런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내용증명이란 전시로 정리를 하고 나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고 올 한 해를 지나봐야 장기적인 전망이 마련되고, 그것으로부터 문래에서 새로운 활동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안예술공간 이포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pace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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