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예술경영컨퍼런스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직후,
수상의 기쁨을 온 스탭이 나눌 시간도 미처 갖지 못한 채 인천공항으로 급히 뛰어 (정말 뛰어서) 갔습니다.
8시에 출발하는 홍콩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죠. 웬 갑자기 홍콩이냐구요?
프린지는 지난 2010년부터 어떤 재미있는 국제교류 협력 작업을 매개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으로 영국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연극연출가 양지원,
태국 출생으로 현재 마카오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연극연출가 겸 배우 호프 (Hope Chiang), 홍콩의 프로듀서 Erik Kuong
그리고 한국 프로듀서 신민경 은 함께 협력,작업하여
거주하고 또 거처가면서 느꼈던 감정들, 남아있는 기억과 추억들을 서로의 예술언어로 함께 풀어 하나의 공연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쇼케이스로 올해 3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였었구요, 그 때의 작업을 수정 보완하여 완성된 작품을 12월 7-9일 마카오에서,
그리고 14-15일 홍콩에서 그 마지막을 장식하였습니다. 프린지는 15일, 3년간의 여정을 정리하는 날 함께 하였습니다.
양지원 연출은 그녀의 유년시절 기억이 흠뻑 묻어나는 오브제를 이용한 공연을 선보였고,
호프는 태국과 마카오, 러시아, 한국을 오가며 살았던 삶의 단면이 엿보이는 작품을 올렸습니다.
호프의 공연에는 한국의 연극배우 강정윤 님도 함께 하였습니다. 고향을 떠나 살면서 더욱 깊어지는 옛 기억의 아련함과,
거처간 모든 곳을 또 하나의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그 곳들에서 겪었던 시간들을 통해 점차 완성되어져 가는 자아의 모습을
따로 또 같이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공연 후에는 이 프로젝트에 몸과 마음으로 응원해준 각 장르의 예술가들과 즐거운 뒷풀이 자리도 치뤘습니다.
(2010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만났던 홍콩의 마임이스트 Owen Lee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2년여 동안 고생한 모든 스탭진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공연이 올라간 Underground Theatre 는
홍콩 센트럴 지구에 있는 홍콩 프린지클럽 Hong Kong Fringe Club 에 있는 작고 아담한 극장입니다.
홍콩프린지클럽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오래된 친구입니다. 서로 예술가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했었고
아시아 독립예술의 현황에 대해 같이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었는데요.
몇 년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 없이 각 나라의 문화지형과 서로의 공간운영에 대한 팁들을 공유하였습니다.
조만간 홍콩프린지클럽과의 긴밀한 교류를 재개해볼 계획입니다.
또한 Hong Kong Art Centre, Hong Kong Cultural Centre 등을 둘러보며 홍콩의 최근 공연예술 동향을 읽었고,
프린지에서도 적용하고 싶은 여러가지 관객편의 구조물들을 하나하나 훑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내년 2월에 열릴 Hong Kong Arts Festival 은 클래식콘서트,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모든 장르의 공연예술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인데요. 벌써부터 매진된 공연이 수두룩할 정도로 홍콩사람들이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문화산업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밤중에 떠나서 꼭두새벽에 돌아오는 2박 4일의 빡빡한 일정이었기에 많은 예술공간들을 둘러보지 못해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국을 떠나 정말 오랜만에 영상 20도를 웃도는 따땃한 날씨 속에서 햇살 받고 덤으로 바다까지
코앞에서 볼 수 있었어요. 짧지만 인상깊은, 앞으로 프린지의 국제교류활동에 대한 더 큰 숙제에 대한 고민을 던져 준 출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