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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통신
[프린지가 만난 예술가] (6) 우리와 닮은 것을 만드는 순간, 해랑의 이야기
작성일 2014.07.09 / 작성자 seoulfringe

[프린지가 만난 예술가] (6) 우리와 닮은 것을 만드는 순간, 해랑의 이야기

 

 2014년 6월 13일 참석 : 유해랑, 사쁘나, 충현 기록 : 사쁘나

Q. 해랑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름 소개를 해주셔도 되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해랑 : 네, 꽃부리 영에 큰 덕자 따서 큰 꽃이 되라는 뜻의 영덕이라는 이름이 제 본명이에요. 사실 아버지께서 그냥 쉬운 한자를 찾아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해랑이라는 이름은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 생각을 하다가 지은 이름인데요. 제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 작가의 책에서 어떤 문장을 발견했어요. “꽃에게서 배우다, 해를 향해 돌아서라.” 그 문장에서 긍정, 따뜻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해와, 해랑 함께 해야겠다. 빛이 되고, 밝혀주고,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감싸고 그런 뜻의 해랑입니다. 


Q. 인형 작업 하시느라, 요즘도 바쁘신 것 같아요. 처음 ‘인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언제인가요?

해랑 : 네, 요즘 인형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인형보다는 움직임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예전에 춘천인형극제에서 워크숍을 했어요. 움직임수업도 받고, 인형 움직이는 것도 배우고, 인형극제 개막공연을 했어요. 그 때가 20대, 스물 셋 넷 젊을 때였어요. 그 때 엄정애 선생님을 처음 뵈었어요. 마무리 작업 때 인형에 채색하는 것 돕고, 근데 그게 다였어요.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고 계속 움직임을 하고 있는데, 인형을 조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 때 엄선생님께 전화도 드리고,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작년, 2013년에 서울프린지를 통해서 엄선생님 인형워크샵에 참여하게 되었죠. 


 


Q. 인형에 대한 인연이 계속 이어지네요. 2013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테이블인형극을 위한 인형워크숍에 참여하신거죠? 어떠셨나요. 워크숍은?

 

해랑 : 첫 날이었어요. 엄선생님이 거대한 슈트케이스 2개를 가져오셨어요. 그 거대한 슈트케이스 2개에서 인형을 몇 십 개씩 꺼내시는 데 와! 꿈꾸는 것 같았어요. 이건 정말 와...너무 예뻤어요. 생전 보지도 못했던 그런 아이들이, 다양한 아이들이 무척 많아서 하나씩 다 만져보고 사진 찍고 영상 찍고 그랬어요. 그 때부터 인형에 대한 열정이 더욱 증폭되었죠. 그리고 엄선생님이 화천에서 또 워크숍을 하신다기에 잽싸게 가서 수업을 또 들었습니다.
 


Q. 화천의 인형워크숍은 어떠셨나요?

해랑 : 그동안 인형을 혼자 만들면서 꽤 많은 고생을 했거든요. 혼자 제작을 하면서 막히는 부분도 많고, 또 우리나라에서는 거대인형, 큰 인형을 만드는 것을 배우기가 어려워요. 작은 인형 만들기도 좋아하지만, 큰 인형을 만드는 것도 관심이 많거든요. 마침 화천에서는 큰 인형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다니 너무 좋았죠. 거대 인형 만들기를 배웠는데, 사실 근본적인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엄선생님 곁에서 선생님 말씀하시는 것들을 들으면서 작업을 했거든요. 마음가짐을 배웠어요. 인형을 만들 때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야 되나, 그런 것들이요. 많은 인형 작가들이 자신이 만든 인형을 다른 사람에게 못 준대요. 그런데 선생님은 다른 사람에게 인형을 주시는 거 에요. 선물로 주시고, 고마움의 표시로 주시고, 생일이면 주시고, 결혼이면 주고, 이렇게 인형을 계속 주시는 거 에요. 


Q. 만드신 인형 이야기도 궁금해요. 

해랑 : 거대인형 물할미를 만들었어요. 신과 인간세상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있는데, 물에는 잉어, 숲에는 사슴, 그리고 하늘에는 오리, 솟대도 세우고요. 그래서 할머니가 사슴 모자를 쓰고, 잉어백을 하고 솟대 지팡이를 들면 예쁘겠다, 아이디어를 냈어요. 해랑이 아이디어 냈으니 해랑이 맡아서 만들어라, 하셔서 만들게 되었죠. 그리고 기린도 만들고, 염소도 만들고 호랑이도 만들었어요. 


Q. 워크숍 기간이 2주라고 들었는데, 만드신 인형들을 보니 쉴 틈이 없었겠어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해랑 : 폐교에서 인형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인형을 가지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어요. 인형 옷을 찾으려던 중에 의상 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나게 돼서 인형 옷을 어떻게 만들까?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워크샵 속 워크숍인 인형 옷 만들기 워크숍도 하게 되었죠. 의상 디자이너 선생님은 호랑이 인형이 너무 가지고 싶다고 하셨고, 저는 호랑이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호랑이 눈이 약간 사납게 만들졌어요.

Q. 눈이 사납게 만들어진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해랑 : 핸드메이드 인형은 절대 똑같은 인형이 나올 수가 없어요. 표정도 들어가게 되죠. 

 


Q. 고유한 속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형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내가 그 때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이 반영이 되는 거니까. 사실 인형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한정적인 것 같아요. 실제로 인형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바비 인형 정도를 떠올리는 데 그치는 사람도 많고요. 인형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해랑 : 네, 사람들이 왜 인형을 모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제가 얘기를 해야 될 것 같네요. 저도 선생님께 들었는데, 일단 제가 배운 대로 말해보자면, 일제강점기 때 문화말살정책이 있었잖아요. 그때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인형들을 다 태워버렸대요. 그리고 인형 제작자들을 모조리 잡아갔대요. 원래 인류의 시작부터 인형은 함께 가거든요. 어느 문화를 봐도 인간하고 닮은 것을 만들어요. 돌을 깎고, 나무를 깎는 등 인형을 만들죠. 그런데 그걸 못하게 되었으니 삶이 공허해지는 거죠. 그리고서 갑작스럽게 상업적인 인형들만 들어 온 거죠.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그치게 되었어요. 인형은 그냥 닮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거, 그런 거 같아요. 


Q. ‘인형은 왜 만드는 걸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조금 풀려가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왜 자신과 닮은 것을 만들려고 할까요?

해랑 :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본능이 있겠죠? 


Q. 인형들 보면, 모양도 다 다르고, 표정도 다 다르고, 담겨 있는 이야기도 다 다르더라고요. 혹시 그동안 만든 인형들 중에서 ‘이 인형은 내가 정말 아끼는 인형이다’ 하는 것 있을까요? 물론 다 아끼겠지만요,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인형 있으세요?

해랑 : 두더지들이요. 작년에 프린지에서 테이블 인형극제 하면서 만든 인형이에요. 두더하지랑 두더빼지. 처음으로 인형다운 인형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해서 결과물이 나왔는데, 그 결과물이 좋게 나오든, 안 좋게 나오든 그 과정을 거쳤다는 생각에, 그 첫 번째 결과물이라서 좋았어요. 인형워크숍을 거치면서 관심이 증폭 되었죠. 그 후로 인형에 완전 빠지게 되었어요. 


Q. 천호공원축제에 인형을 만들었던 참가자가 인상적인 이야기를 남겼어요. 인형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작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유대관계가 너무 좋았대요. 인형을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도 좋았지만, 인형을 만들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고,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장이 있어서 좋았다고요.

해랑 : 인형 워크숍의 가장 큰 장점이죠. 장시간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데 그 긴 시간동안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죠. 전에도 다양한 예술워크숍을 했었는데 인형워크숍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Q. 왜 인형을 만들 때가 더 좋을까요? 다른 작업을 할 때도 대화를 많이 했을 텐데요. 

해랑 : 살아 있는 느낌이 있어요. 인형이. 완전히 살아있진 않지만 무언가 그 존재가 느껴져요. 존재가 강한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되게 커요. 인형을 만들면서 서로에 대해 나누는 대화도 좋죠. 


Q. 이야기를 나누다가 든 생각인데, 인형의 매력이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만약에 인형을 만들려고 하면, 제 모습을 한 번 다시 살펴볼 것 같아요. 사람과 닮은 것을 찾는 과정이니까. 닮은 것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내 모습을 한 번 더 볼 것 같고, 그리고 오늘 인터뷰를 같이 온 충현의 모습이라든지, 옆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한 번씩 더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형을 만들면 주변으로 관심이 뻗어나가는 것 같고, 그게 인형의 매력이군요! 

해랑 : 그런 것도 있죠. 인형을 만들면 본인하고 닮게 만들게 되요. 나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보고 그래요. 사람들을 유심히 봐요. 눈 코 입, 체형, 머리 색깔을 유심히 보고 마음 가는 대로 만들죠. 장모님께 인형을 만들어 드린 적이 있어요. 그 인형을 와이프가 한참을 보더라고요. 
 


Q. 그 인형에 자신의 모습도 있고, 엄마의 모습도 있고, 해랑의 시선도 있었을 테니 그래서 오래 보고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해랑 :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만들어 온 인형을 본 시간 보다 긴 시간을 그 인형을 봤어요. 그 시간이 2분까지는 안 된 것 같은데 정말 긴 시간이었어요. 


Q. 해랑 공연 하시는 것 다 찾아보고 있는데, 매번 공연마다 다른 걸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어떤 공연 준비하고 계신가요?

프린지 공연도 준비하고, 극단 광으로 하는 것도 있고, 인형극단 도토리의 활동도 있습니다. 


Q. 사실 극단 광 이야기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 아티스트 인터뷰를 할 때 들었는데, 인형극단 도토리 얘기는 못 들었어요. 궁금합니다. 

해랑 : 도토리는 신림동에 있는 저희 집 이야기에요. 와이프랑 집 이름을 ‘도토리로 짓자’라고 했어요. ‘도토리’로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차에 인형극 미팅을 하러 가서 도토리 마을이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된 적이 있는데, 모든 요리를 도토리로 하는 곳이었어요. 벽에는 다람쥐가 도토리를 먹는 그림이 걸려 있고, 거기서 밥을 많이 먹었어요. 혼자 가서 먹은 적도 있어요. 좋아서. 극단 도토리의 단원은 와이프와 동욱이에요.


Q. 동욱이는 아드님?

해랑 : 네, 아들이요. 전에 인형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체중계에다가 종이테이프를 딱딱딱딱 떼어 놨어요. 아들이 기어서 앉아 있다가 제가 하는 걸 이렇게 보더니 그 조막만한 손으로 테이프를 한 개 씩 떼서 주는 거 에요. 한 개 씩 한 개 씩 그러고 갔어요. 방해도 안하고 움켜쥐지도 않고 테이프를 떼어주고. 


Q. 동욱이다. 해랑의 아들이다. 

해랑 : 동욱이다! 


Q. 인터뷰가 거의 끝나갑니다. 혹시 프린지에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해랑 : 고마워요. 프린지에 고마운 것 많아요. 올해 프린지에서도 극단 광 공연을 합니다. <꼴까닭>이라는 작품이에요. 곧 또 만나요. 프린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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