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프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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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통신
올해의 로고송 -밀착취재 300분-
작성일 2009.06.16 / 작성자 서울프린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위해 사무국의 하루는 정신없이 돌아간다. 요즘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다보면 가끔 여고괴담에서 귀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 마냥 축제가 성큼 내 옆에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2009년도 어김없이 축제시작을 알리는 포스터와 로고송으로 프린지의 얼굴이 어슴푸레 드러나는 시점. 그 동안 보여 왔던 형식에서 벗어나 꽤나 도발적인 시도가 아닌가 생각하며ㆍ 막간을 이용한 스포일러를 터뜨려 관심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숨이 헐떡 넘어가는 정신적 압박을 뒤로하고 글을 쓴다. 그래서 이 글은 지극히 개인의 벅찬 흥분감이 담긴 글이라는 걸 미리 당부하고 싶다.

-첫만남

쉬는 날이라 발 한 짝 떼기가 쉽지 않은 주말ㆍ 멀지않은 망원동 그 어디쯤의 일렉트릭뮤즈 사무실을 찾아가기 위해 일단 자전거에 올라탔다. 바람이 상쾌하니 저녁 마실은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며 축제도 이렇게 서늘하기만 하면 좋겠다라는 꿈을 품고ㆍ 기억저편에서 들려오는 통화내용을 더듬어 도착한 망원월드컵시장 입구. 이쯤이면 말해준 사무실 위치거니 둘러보고 있는 찰나 슬쩍 옆 눈길질 레이더망에 띈 범상치 않은 사람들ㆍ 뮤지션의 포스가 풍긴다. 소심하게시리 인사는 못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프린지식구를 기다리는 척ㆍ 녹음 중 먹을 요깃거리를 주섬주섬 손에 쥐고 전화를 걸어본다. 이미 옆 눈길질로 익힌 건물 앞에 와서… 예상은 적중했다. 굴소년단의 원구씨가 마중을 나왔다. 오늘 사람이 많을 것이라 미리 귀띔 해줬더라만ㆍ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순간 당혹스럽더라. 10평 남짓한 공간에 스무명 가까이 꽉꽉 눌러 들어간 일렉트릭뮤즈와 첫 만남ㆍ 이름은 익히 들어 이미 알지만 마음으로 혼자만 알고 숨어서 좋아하는 기질이기라 낯선 공기로 호흡이 가빠진다.
 

-일렉트릭 뮤즈 그들의 사무실 그리고 라이브 레코딩


도착하자마자 공간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악기와 사람과 고양이가 뒤섞여 정신이 없다. 쇼파 옆에 퍼커션ㆍ 그 옆에 기타ㆍ 아코디언ㆍ 바이올린ㆍ 키보드ㆍ 실로폰ㆍ 쉐이커를 든 멋지게 수염을 기른 플라스틱 피플 민규씨의 자상한 음성에 한구석으로 비집고 들어가 서 있자니ㆍ 작업 컴퓨터 테이블 위 레종(담배) 옆에 누워있는 러시안블루 고양이ㆍ 그리고 기타 엠프 받침으로 제 몫을 충실히 해주는 대한인디만세까지. 곧 녹음을 시작할 태세ㆍ 급 숨을 죽이고 어색한 공기에 몸을 맡긴다.
민규씨의 쉐이커 지휘를 시작으로 녹음시작. 그러거나 말거나 호기심에 가득 찬 프린지일행은 녹음현장의 생경함에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한켠에 녹음실 내부가 보이는 작업용 컴퓨터ㆍ 한켠엔 각종 영화 테이프와 책들로 가득이다. 락음악의 필독서라 자부하는 스쿨오브락ㆍ 그밖에도 사무라이픽션ㆍ 비포선셋ㆍ 러브레터ㆍ 4월이야기… 테이프들로 꽉ㆍ 또 한켠엔 만화와 필독서들. 그리고 수많은 내 촉수를 곤두세우는 책이 한가득이다. ‘아 여기와서 책 빌려가도 될까요.’ 얘기하고 싶었지만ㆍ 뒷풀이 때까지 끝끝내 입을 떼지 못했다.
숨죽이고 이곳저곳 뒤적이는 동안 단숨에 3번의 녹음을 마치고 반성과 후회의 아우성이 들려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귀는 즐겁다. 거리의 작은 음악회가 연상되고 바람에 몸을 맡긴 듯 가벼운 느낌이 일렁인다. 곡 작업을 구경하는 것도ㆍ 그 속에서 같이 숨 쉬고 있는 것도 처음이라 마냥 신기하면서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멋모르고 와서 방해되는 건 아닐지 조심스러웠는데 작업은 그야말로 free였다. 몇 번의 반복되는 연주 후 갑자기 사람들이 우두두 사라졌다. 라이브 레코딩 끝. 수공업 레코딩 현장 체험! 생각보다 간단했다.

 

-보컬 그리고 일명 떼창 녹음
작업하신 분들이 급격히 사라지는 가운데ㆍ 녹음 마치면 뒷풀이 하자는 말을 속으로 끙끙거리며 입 밖에 내지 못해 안달하다 이러다 다들 가겠다 싶어 ‘작업 다 끝나시면 식사라도 해요.’ 살포시 얘기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조금씩 사라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보컬녹음이 시작됐다. 그리고 떼창이라 불리우는 코러스 녹음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한결 편해진 자세로 주섬주섬 과자를 입으로 넣어가며 잡담을 하고 어색함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굴소년단 원구씨가 슬며시 프린지 식구들도 함께하자는 얘기를 전해왔다. 아 빈말이겠거니 했다. 로고송 망칠라 겁을 집어 먹었다. 그러다 어쩌려고… 그리고 정말로 했다. 프린지 홍보팀3인방의 떼창. 나 혼자만 감기와 편도염을 핑계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민망하더라. 그래도 옆에는 다 뮤지션인데 우리만 불쑥ㆍ 아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다. 이어지는 남자들 코러스ㆍ 자유로운 영혼들의 매력발산으로 마지막 녹음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아메리카ㆍ 자메이카ㆍ 오~프 뤼~ 자연스런 에드립이 쏟아지고ㆍ 너나할 것 없이 꾹꾹 참고 있는 웃음보가 터졌다. 어느새 시간은 열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 사이 고양이들은 한 없이 늘어졌다.

 

어렵사리 보컬 녹음을 마치니 이건ㆍ 열시가 넘었더랬다. 식사도 않고 열중했던 뮤지션들과 드디어 뒷풀이. 맥주잔 부딪히며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고 인사를 나누고… 조금은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지만ㆍ 다들 배가 고팠던지 순간 정적이 흐를 정도로 집중했다.
그리고 많은 대화가 오갔다. 소소한 질문부터 현재 진행형인 고민까지 방대한 대화가 오가던 중 깜짝 놀랄 사실을 알았다. 어배러투모로우 호라가 굴소년단 키보드로 합류했단다. 그분은 일찍 자리를 뜨셨고ㆍ 그분은 자메이카를 남발하며 다양한 에드립 구사로 매력발산의 장본인이었고ㆍ 과거 프린지 참가팀이었고ㆍ 작년에도 축제에서 봤었는데ㆍ 한 번도 그 인줄 모르고 아는 체도 안했다. 핑계를 대자면 너무 살이 쏙 빠져 알아보질 못했다. 그냥 어배러투모로우 호라 닮았다고는 생각했었지만 단 한 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아는 척 꼭 해야지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잡담 속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가 들려오고ㆍ 김완선과 비교하며 아이돌ㆍ 후크송 얘기로 뻗어나갔다. 그러면서 요즘 장기하와 얼굴들 덕분에 관심받고 있는 인디음악에 대한 관심 현상에 대해 많이들 얘기하며ㆍ 루저문화 어쩌구 하던데ㆍ 인디뮤지션의 대중가요 깔보기 이런 걸 웹진에 연재기사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마음속으로 신났다가ㆍ 아 그 전에 친해져야겠다 생각했다. 이런 자리를 가지고 농담하고 수다 떨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 결국 프린지가 내부적으로 차츰 해야 할 일이 많은 대화ㆍ 커뮤니티와의 만남ㆍ 소통ㆍ 이해가 아닐까 생각하며 내 임무가 막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2009년 로고송은ㆍ
굴소년단을 추천받아 부탁하게 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9 로고송.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아티스트ㆍ 인디스트ㆍ 사무국 스텝이 만들어내는 축제의 자유로움을 담고자 했다고. 굴소년단이 소속되어 있는 일렉트릭 뮤즈의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다양한 악기들이 뿜어내는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게다가 올 해 로고송은 제목도 있다.(그 동안 로고송으로만 불려왔던 이름 없던 프린지OB 로고송과는 달리)

title : free
artists : 굴소년단ㆍ 오르겔탄츠ㆍ 플라스틱 피플
바쁜 시간 쪼개어 연습하고ㆍ 녹음해주신 굴소년단ㆍ 오르겔탄츠ㆍ 플라스틱 피플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곧 공개될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9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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